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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도시는 촘촘하고, 어떤 도시는 넓게 퍼져 있을까.
이 질문은 단순한 도시 풍경의 차이가 아니다.
도시를 움직이는 근본적인 원리를 묻는 질문이다.
같은 인구 규모를 가진 도시라도,
- 어떤 도시는 고밀도로 압축되고
- 어떤 도시는 저밀도로 확산된다.
이 차이를 만드는 핵심 변수는 교통 방식이다.
특히 철도 중심 도시와 자동차 중심 도시는
완전히 다른 공간 조직 원리를 따른다.
→ 철도 도시는 밀도로 성장하고, 자동차 도시는 확산으로 성장한다.
1. 철도 도시는 역을 중심으로 압축된다
철도 도시의 핵심은 집중이다.
철도는 정해진 노선과 정차 지점을 따라 움직인다.
그래서 사람과 활동은 특정 결절점(node)에 모인다.
대표적인 결절점은 역이다.
역 주변에는 자연스럽게,
- 상업 기능
- 업무 기능
- 주거 기능
- 환승 기능
이 집중된다.
→ 철도 도시는 역을 중심으로 압축되는 구조다.
이 구조에서는 역과의 거리가 곧 부동산 가치와 연결된다.
같은 행정구역 안에서도,
- 역 바로 앞
- 도보 5분 거리
- 도보 15분 거리
의 가치는 다르게 형성된다.
→ 철도 도시는 연속적인 평면보다 불연속적인 고가치 지점을 만든다.
철도역이 교통과 물류의 허브가 되면서 역 주변에 상업·업무·주거가 집중되고, 때로는 아예 새로운 도심과 부도심이 형성되기도 한다.
2. 철도 도시에서 중요한 것은 이동 시간이다
철도 도시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물리적 거리가 아니다.
핵심은 이동 시간이다.
얼마나 멀리 사는가보다 얼마나 빠르게 중심에 도달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 20km 떨어져 있어도 급행철도로 20분이면 높은 접근성을 갖고
- 5km 떨어져 있어도 환승이 불편하면 낮은 접근성을 갖는다.
→ 철도 도시는 거리보다 시간으로 공간 가치가 결정된다.
이 때문에 철도 중심 도시는 역 주변을 중심으로 고밀 개발이 발생한다.
도시는 수평으로 끝없이 넓어지기보다 역세권을 중심으로 수직·고밀 구조를 만든다.
고속철도와 급행 노선이 확대될수록 도시권의 범위는 넓어지지만, 여전히 역과의 시간 거리가 가치 형성의 핵심 기준으로 작동한다.
3. 자동차 도시는 평면으로 확산된다
자동차 도시는 철도 도시와 다르게 작동한다.
자동차는 정해진 노선에 묶이지 않는다.
도로망 전체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 넓은 평면적 공간을 선택할 수 있다.
그 결과 도시는,
- 저밀도 주거지
- 넓은 도로망
- 대형 주차장
- 기능 분리형 개발
을 중심으로 확산된다.
→ 자동차 도시는 도로망을 따라 넓게 퍼지는 구조다.
자동차 중심 도시에서는,
- 주거
- 상업
- 업무
- 여가
기능이 서로 분리되는 경향이 강하다.
그 결과 이동 거리가 길어지고, 자동차 의존도가 높아진다.
이것이 도시 스프롤(Urban Sprawl)의 핵심 구조다.
자동차 도시는 노선이 아니라 도로망 전체의 접근성이 중요해지기 때문에, 도시 기능이 여러 곳으로 흩어지고 다핵 구조가 되기 쉽다.
4. 도로를 넓혀도 혼잡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자동차 도시는 초기에는 높은 이동성을 제공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구조적 한계가 나타난다.
대표적인 문제가 교통 혼잡이다.
프랑스의 도시경제학자 질 뒤랑통(Gilles Duranton)과 캐나다의 경제학자 매튜 터너(Matthew Turner)는 2011년 논문에서 “교통 혼잡의 근본 법칙(Fundamental Law of Road Congestion)”을 제시했다.
핵심은 다음과 같다.
→ 도로를 늘리면 차량 통행량도 함께 증가한다.
즉,
- 도로 용량을 늘리면
- 더 많은 운전 수요가 발생하고
- 시간이 지나면 혼잡은 다시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간다.
이것을 유도 수요(induced demand)라고 볼 수 있다.
→ 자동차 중심 도시는 “더 넓게, 더 많이”라는 방식만으로 혼잡을 해결하기 어렵다.
결국 도로 확장만으로는 통근 패턴, 토지 이용, 대중교통 구조까지 함께 바꾸지 않는 이상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5. 이동성에서 접근성으로 전환되고 있다
과거 도시 교통의 핵심 기준은 이동성이었다.
이동성은,
- 얼마나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가
- 얼마나 멀리 이동할 수 있는가
를 의미한다.
하지만 최근 도시의 기준은 접근성으로 이동하고 있다.
접근성은,
- 내가 필요한 기능에
- 얼마나 쉽게 도달할 수 있는가
를 의미한다.
→ 중요한 것은 멀리 가는 능력이 아니라 가까이에서 필요한 것을 해결하는 능력이다.
이 변화는 부동산 가치 기준도 바꾼다.
과거에는,
- 대형 도로 접근성
- 원거리 이동성
이 중요했다면,
최근에는,
- 역세권
- 보행 접근성
- 생활 편의시설
- 복합 용도
- 대중교통 연결성
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도시 정책에서도 고속도로 신설보다 대중교통과 보행, 자전거 인프라, 생활권 단위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6. 15분 도시와 슈퍼블록은 접근성 도시의 사례다
이 흐름을 대표하는 개념이 15분 도시(15-Minute City)다.
15분 도시는 도보나 자전거로 15분 이내에 일상생활의 핵심 기능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시를 재구성하는 접근이다.
핵심 기능은 다음과 같다.
- 주거
- 일
- 교육
- 의료
- 상업
- 여가
→ 15분 도시는 이동 속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이동해야 할 거리를 줄이는 전략이다.
바르셀로나의 슈퍼블록(Superblock)도 비슷한 방향이다. 기존 도로망 안에서 일부 블록의 차량 통행을 제한하고,
- 보행
- 자전거
- 지역 상권
- 공공공간
중심으로 공간을 재배치한다.
→ 현대 도시는 자동차의 공간을 줄이고 사람의 공간을 회복하려 한다.
이러한 시도는 도시를 다시 사람의 스케일로 되돌리고, 일상적 이동을 짧고 안전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다.
7. 한국 도시에서도 같은 변화가 나타난다
한국 도시에서도 철도 중심 압축과 자동차 중심 확산이 동시에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 수도권 전철망
- GTX
- BRT
- 역세권 고밀 개발
- 철도 중심 신도시
는 철도 도시의 구조를 강화한다.
반면 일부 외곽 신도시와 교외 지역에서는,
- 자동차 통근
- 광역 교통 혼잡
- 직주분리
- 베드타운화
문제가 나타난다.
→ 한국 도시의 핵심 과제는 철도와 대중교통 중심의 압축 구조를 얼마나 잘 만들 것인가다.
역세권 중심의 고밀 복합 개발은 자동차 중심 확산을 줄이고 도시의 접근성을 높이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동시에 광역 대중교통과 지역 생활권 교통을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가 향후 도시 구조를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다.
8. 교통은 도시 형태를 재편한다
교통과 도시 형태의 관계는 최근 연구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미국의 도시경제학자 빅터 쿠튀르(Victor Couture), 질 뒤랑통(Gilles Duranton), 매튜 터너(Matthew Turner)는 2018년 연구에서 도시별 이동 속도와 통행 환경의 차이가 도시 내부 이동성과 공간 구조를 이해하는 중요한 변수임을 분석했다.
멕시코의 경제학자 마르코 곤잘레스-나바로(Marco Gonzalez-Navarro)와 캐나다의 경제학자 매튜 터너(Matthew Turner)는 2018년 연구에서 지하철 네트워크가 도시의 인구 분포와 공간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분석했다.
→ 교통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도시의 형태와 밀도를 결정하는 구조적 변수다.
철도와 지하철은 역 주변 고밀 개발과 다핵 구조 형성에 기여하고, 고속도로와 자동차는 저밀도 확산과 다른 형태의 다핵 구조를 만들어 낸다.
9. 원격근무 이후에도 중심은 사라지지 않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원격근무가 확산되면서 일부 교외와 중소도시가 주목받았다.
이를 줌 타운(Zoom Tow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부 고소득 근로자는,
- 자연환경이 좋은 지역
- 주거비가 낮은 지역
- 교외와 소도시
로 이동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 현상은 도시 구조를 완전히 바꾸기보다 부분적인 재조정에 가까울 가능성이 크다.
여전히,
- 복잡한 협업
- 신뢰 형성
- 창의적 기획
- 고급 정보 교환
은 대면 접촉과 밀도 높은 네트워크에서 강하게 발생한다.
→ 디지털 기술은 중심을 없애기보다 중심의 기능을 재편한다.
철도 중심의 고밀 도심과 복합 기능이 집약된 핵심 지구는 여전히 강한 경쟁력을 유지한다.
다만 교외와 중소도시는 원격근무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거주 선택지로 도시 체계 안에서의 역할을 재정의해 가는 중이다.
철도 도시는 밀도로, 자동차 도시는 확산으로 성장
→ 철도 도시는 역과 노선을 중심으로 고밀도 압축 구조를 만든다.
→ 자동차 도시는 도로망을 따라 저밀도 확산 구조를 만든다.
→ 도로 확장은 장기적으로 새로운 차량 수요를 유도할 수 있다.
→ 현대 도시는 이동성보다 접근성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 미래 도시의 핵심은 더 멀리 가는 것이 아니라 더 가까이 연결되는 것이다.
→ 철도 도시는 밀도로 성장하고, 자동차 도시는 확산으로 성장하며, 현대 도시는 접근성과 삶의 질을 기준으로 다시 압축되고 있다.
– Dr.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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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 Alonso, W. (1964). Location and land use: Toward a general theory of land rent. Harvard University Press.
- Couture, V., Duranton, G., & Turner, M. A. (2018). Speed. Review of Economics and Statistics, 100(4), 725-739.
- Duranton, G., & Turner, M. A. (2011). The fundamental law of road congestion: Evidence from US cities. American Economic Review, 101(6), 2616-2652.
- Gonzalez-Navarro, M., & Turner, M. A. (2018). Subways and urban growth: Evidence from earth. Journal of Urban Economics, 108, 85-106.
- Glaeser, E. L. (2011). Triumph of the city. Penguin Press.
- OECD. (2023). OECD urban development outlook. OECD Publishing.
- UN-Habitat. (2024). World cities report 2024. UN-Habitat.